9·11 25주년, 대테러전 유산과 안보 지형 재편


9·11 25주년, 대테러전 유산과 안보 지형 재편

2001년 알카에다의 동시다발 테러 이후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25년의 경과와 애국법 제정으로 비롯된 국가 안보 패러다임의 구조적 변화 및 현주소 분석

2026년 9월 11일,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 19명이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부 청사 펜타곤 등에 충돌시킨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5년이 경과했다.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와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등 테러 현장을 비롯해 캘리포니아주 페퍼다인대등 미국 각지에서 2,977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일제히 거행됐다. 미국 성인 10명 중 9명이 25년 전 사건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번 25주 년은 단일 테러 사건에 대한 추모를 넘어 미국 행정부가 주도한 대테러 정책의 실효성과 국가 안보 지형의 구조적 전환을 짚어보는 계기로 작용한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이 패권 경쟁으로 이동한 시점에서, 9·11 테러가 남긴 법적·구조적 유산을 객관적 지표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 본토 타격에 따른 국토안보부 신설… 애국법 제정을 통한 국가 통제망 확대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부터 10시 3분(동부표 준시) 사이 발생한 동시다발적 항공기 테러는 미국 본토가 외부 세력에 의해 직접 타격받은 안보 붕괴 사례로 기록됐다. 해당 사건으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고 국방부 청사 일부가 파손되었으며, 총 2,977명의 민간인과 제복 근무자가 사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공식 선언하며,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군사적 대응과 병행하여 미국 내 안보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이 단행됐다. 2002년 제정된 국토안보법 (Homeland Security Act)에 근거하여 관세국경보호 청(CBP), 이민세관집행국(ICE) 등 22개 연방 기관과 약 17만 명의 인력을 하나로 통합한 국토안보부(DHS)가 2003년 3월 공식 출범했다. 아울러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수사 기관의 권한을 확대한 ‘애국법(USA PATRIOT Act)’이 2001년 10월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연방 수사국(FBI) 등 정보 기관이 테러 용의자의 통신 기록, 금융 거래 내역 등을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으며, 교통보안청(TSA) 신설을 통한 공항 보안 검색 강화와 함께 전방위적 국가 통제망을 구축하는 법적 근거가 되었다.

대규모 전비 지출과 중동 주둔 병력 증감… 대테러 전쟁의 구조적 전개 양상

미국의 9·11 테러 대응은 군사비 지출 및 병력 동원 통계를 통해 수치화된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왓슨 연구소가 발표한 ‘전쟁의 비용(Costs of War)’ 프로젝트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수행된 대테러 전쟁에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한 직간접적 비용은 약 8조 달러로 추산됐다. 해당 수치는 국방부 작전 비용, 국무부 재건 지원금, 400만 명이상의 참전 용사 의료보장 비용 및 전비 조달용 차입금 누적 이자를 모두 합산한 결과다.

작동 메커니즘의 주요 분기점은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과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넵튠 스피어 작전)으로 구분된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으며, 이를 기점으로 미군의 중동 주둔 규모는 2007년 이라크 17만 명, 2010 년 아프가니스탄 10만 명 규모로 각각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약 8조 달러에 이르는 예산 지출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국가(IS) 등 자생적 테러 단체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지표가 누적됐다. 결국 2021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하면서 20년간 이어진 해외 군사 개입은 공식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집계된 미군 전사자는 총 7,052명 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현지 민간인 사망자는 38 만 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25년의 반추와 추모의 공간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 조성된 9·11 메모리얼 파크의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 풀. 희생자들의 이름이 각인된 청동 패널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적 비극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 구조대원의 만성적 건강 위협

‘테러와의 전쟁’은 정책 파급력 이면에 법적 쟁점과 사회적 후유증을 남겼다. 대표적 쟁점은 애국법을 근거로 가동된 국가 기관의 정보 수집 활동이다. 2013년 에드 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통해 국가안보국(NSA)이 ‘프리즘 (PRISM)’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내국인 및 외국인의 통신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온 팩트가 공개됐다. 이는 국가 안보와 개인 프라이버시 간의 헌법적 충돌을 야기했고, 2015년 미국 의회가 애국법 주요 조항을 폐기 하고 정보 수집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을 대체 통과시키는 제도적 계기로 작용했다.

9·11 테러 현장 대응 인력의 만성적 건강 문제도 안보 정책의 주요 후유증으로 분류된다. 세계무역센터 붕괴 당시 발생한 1급 발암 물질과 유독성 먼지에 노출된 소방 관, 경찰관, 자원봉사자 8만여 명 중 상당수가 호흡기 질환과 암 진단을 받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WTCHP) 데이터에 따르면, 현장 복구 인력 중 중증 질환으로 등록된 환자 수는 사건 발생 20년이 경과한 시점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의회는 2010년 ‘자드로가 9·11 건강 및 보상법(Zadroga Act)’을 제정하여 의료비 지원 체계를 마련했으나, 예산 고갈 문제와 기금 갱신 과정에서의 정치적 이견이 반복되며 구호 제도의 재정적 불안정성이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강대국 패권 경쟁으로의 안보 전략 수정… 분산된 자생적 테러 위협 대응 과제

9·11 테러 25주년을 맞이한 2026년 현재,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은 대테러 작전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으로 구조적 중심을 이동했다. 2022년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문서 등에 따르면,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 단체의 물리적 위협 순위는 하향 조정되었으며, 사이버 보안 위협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패권 다툼이 주요 안보 지표로 격상됐다.
반면,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 당국은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자생적 테러리스 트(Lone Wolf)와 국내 정치적 양극화에서 기인한 ‘국내 극단주의 폭력(DVE)’을 현재의 주요 안보 위협 요인 으로 규정했다. 대규모 병력 파병과 예산 투입을 동반한 25년간의 해외 대테러 군사 개입은 종료 수순에 들어갔 으나,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분산된 테러 위협과 비대칭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 당국의 권한 조정 및 법적 기준 정비는 현재 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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