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계좌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5~10% 남짓 수익이 난 종목은 서둘러 팔아치워 흔적도 없는 반면, 마이너스 30%, 40%를 기록 중인 손실 종목들은 계좌 한구석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변동성이나 정보의 비대칭성 탓을 하기엔 이 현상은 너무도 보편적이다. 이 역설적인 상황의 해답은 시장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있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처럼 수익이 난 자산은 너무 일찍 매도하고, 손실이 난 자산은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려는 비합리적 성향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태를 두고 “꽃을 꺾어버리고 잡초에 물을 주는 격”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앞으로 더 자라날 아름다운 꽃(우량주)은 싹이 트자마자 불안감에 잘라버리면서, 정작 당장 뽑아내야 할 잡초(부실주)는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계좌라는 정원에는 머지않아 잡초만 무성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뻔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과 인간의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준다.
인간의 뇌는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같은 금액이라도 손실을 보았을 때의 고통을 약 2배 이상 크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계좌에 수익이 찍히면 뇌는 이 이익이 다시 하락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서둘러 매도 버튼을 눌러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한다.
반면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때는 정반대의 심리가 작동한다. 손절매를 하는 순간 숫자상의 ‘평가 손실’은 내 자산이 깎여나가는 ‘확정 손실’이 되어 뼈아픈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뇌는 “팔지 않으면 아직 손해 본 것이 아니다”라는 자기합리화를 시작하고, 결국 기업의 가치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본전이 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는 늪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처분 효과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나의 매수 단가’에 집착하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시장은 당신이 그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 전혀 모른다. 매수 단가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숫자일 뿐, 현재 시점의 기업 가치나 미래의 성장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손실 중인 주식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 당장 현금을 쥐고 있다면, 과연 이 가격에 이 주식을 새로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라면, 그 주식은 지금 당장 처분해야 할 잡초에 불과하다.
성공적인 투자는 거시 경제를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숨겨진 테마주를 찾아내는 데서 오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본성을 가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통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감정이 개입할 틈이 없도록 사전에 명확한 익절과 손절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기계적으로 지켜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계좌에도 잡초 대신 튼실한 꽃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