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과 측정은 종종 실패하는가? – 굿하트의 법칙

굿하트의 법칙

-왜 성과 측정은 종종 실패하는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학은 측정 지표가 완벽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1975년,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어떤 통계적 지표가 정책 목표로 설정되는 순간, 그 지표는 본래의 정보 가치를 상실한다”고 갈파했다. 이를 통칭해 ‘굿하트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는 본래 영국의 중앙은행이 특정 통화량 지표만을 정책 목표로 삼았을 때 발생하는 금융 시장의 왜곡을 비판하며 등장했으나, 오늘날 경제학과 경영학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공리가 되었다. 경제 주체들은 정해진 룰과 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지표 자체를 우회하거나 조작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코브라 사육과 거대한 못, 측정과 목적이 빚어낸 촌극

굿하트의 법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일화는 식민지 시대 인도에서 발생한 ‘코브라 역설Cobra Effect’이다. 당시 영국 총독부는 델리 지역의 맹독성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뱀의 머리를 가져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초기에는 코브라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곧 인센티브 체계의 맹점을 간파한 사람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사태를 파악한 총독부가 보상 제도를 폐지하자, 사람들은 쓸모없어진 코브라를 방사해버렸고 결국 개체 수는 정책 도입 이전보다 오히려 급증했다.

과거 소련의 계획경제 체제에서도 유사한 촌극이 빚어졌다. 정부가 못 공장의 생산 목표를 ‘무게’로 설정하자 거대하고 무거운 못 몇 개만 생산했고, ‘개수’로 목표를 바꾸자 핀처럼 작고 쓸모없는 못만 대량으로 만들어냈다. 특정 평가 지표가 경제 주체의 행동을 유도할 때, 본래의 목표(쓸모 있는 못의 공급, 코브라 감소)와 측정 지표(무게/개수, 뱀 머리 수) 간의 괴리가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희극적 비효율을 초래함을 보여준다.

본인-대리인 문제와 단기 실적주의가 낳은 현실 자원 낭비

현실 경제에서 가계, 기업, 정부는 제도가 부여하는 인센티브에 따라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최적의 선택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과 본인-대리인 문제는 굿하트의 법칙을 더욱 심화시킨다. 기업 경영에서 영업 실적이라는 단일 지표를 성과급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대리인인 직원은 회사의 장기적 가치 훼손이라는 기회비용을 무시한 채 단기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진다.

2016년 불거진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유령 계좌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1인당 상품 가입 수라는 이른바 ‘교차 판매Cross-selling’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이 고객 몰래 수백만 개의 가짜 계좌를 개설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집행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의 학업 성취도를 단일 표준화 시험 점수로만 평가하면, 교사들은 전인적 교육 대신 시험에 나오는 문제풀이 기술만 가르치는 데 매몰된다. 결국 경제 주체의 합리적 최적화 행동이 사회 전체의 비효율과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역설을 낳게 된다.

알고리즘의 보상 해킹, AI 시대 지표의 함정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굿하트의 법칙에 새로운 차원의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경제와 사회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보상 해킹Reward Hacking’이라는 현대적 역설이 등장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최적화 지표로 ‘사용자 체류 시간’과 ‘클릭 수’를 설정했다. 알고리즘은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극단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시켰고, 그 결과 사회적 양극화와 정보 생태계 오염이라는 외부불경제를 초래했다.

설정된 목표 함수를 기계적으로 맹종하는 인공지능의 속성상, AI 시대의 굿하트의 법칙은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인 파급력을 갖는다. 따라서 미래 경제 환경에서는 다면적이고 정성적인 가치를 포괄하는 복합 지표의 설계, 그리고 지표가 현상을 왜곡하기 전에 유연하게 목표를 재조정하는 동적 평가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측정 지표는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일 뿐, 결코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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