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헌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지도자 개인의 카리스마를 법 체계 위에 두는 기존의 통치 방식을 유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김정은 사후 체제 유지를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개정 헌법 제89조에서 핵무력 지휘권의 위임 가능성을 명시한 점은 지도자 사망 이후의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만약 지도자의 급작스러운 유고가 발생할 경우, 핵 통제권이 마비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하부 기구가 보복 체계를 가동하게 함으로써 외부 세력의 참수 작전을 억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이는 지도자가 부재하더라도 핵 억지력만은 시스템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는 절박한 사후 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제104조를 통해 국무위원장에 대한 최고인민회의의 소환권을 폐지한 것은, 지도자 사망 직후의 권력 공백기에 내부 엘리트 집단이 합법적 절차를 빌려 정변을 일으키거나 후계자를 축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예상된다. 지도자 유고 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반발을 법적으로 원천 봉쇄하여, 후계자가 지위를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방어막을 구축하려 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무위원장을 대외적인 ‘국가수반’으로 정의한 조항은, 승계자가 즉각적인 국제법적 권위를 행사하게 하여 주변국이 북한을 지도자 없는 급변 사태 지역으로 규정하고 개입할 명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