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40년 ‘깎기’ 외길, TSV 공정 장악…AI 메모리 필수 파트너로-
• 법인명: Lam Research Corporation (티커: LRCX)
• 설립: 1980년(창업자 David K. Lam)
•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 대표: Tim Archer
• 사업분야: 반도체 제조장비(식각·증착·세정) 및 설치 기반 서비스(부품·업그레이드 등)
• HBM 관련 포인트: TSV(관통전극) 등 고종횡비 구조를 위한 딥 실리콘 식각과, HBM·첨단 패키징 공정에 필요한 공정 장비 라인업 보유
반도체 공정에서 ‘깎아내는 기술(Etch, 식각)’의 대명사로 불리는 램리서치가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 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980년 설립 이후 플라즈마 식각 분야를 개척 해온 램리서치는 이제 HBM 제조의 핵심인 TSV(관통 전극)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식각의 표준’으로 자리 매김했다.
‘AutoEtch’에서 ‘HBM’까지… 3차원 구조 식각 기술
램리서치의 역사는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에서 시작됐다. 창업 초기 플라즈마를 이용해 웨이퍼위 박막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AutoEtch’ 장비로 이름을 알린 이 회사는, 반도체 공정이 평면(2D)에서 3차원 (3D) 적층 구조로 진화함에 따라 기술의 성격을 근본적 으로 바꿔왔다.
과거의 식각이 단순히 선폭을 줄이는 작업이었다면, 현재의 식각은 3D 낸드나 HBM처럼 수직 구조를 세우는 ‘ 구조 형성 기술’로 진화했다. 특히 HBM은 여러 장의 D 램을 쌓고 수천 개의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TSV 공정이 필수적인데, 여기서 램리서치의 ‘딥 실리콘 식각(Deep Silicon Etch)’ 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실리콘을 깊고 곧게 파내면서도 측벽 손상을 최소화하는 이 기술은 HBM의 수율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포트폴리오 확장과 ‘장비 지능화’로 점유율 1위 수성
램리서치가 글로벌 식각 장비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단순히 ‘잘 깎는’ 것에만 있지 않다. 2012년 노벨러스 시스템즈 인수를 기점으로 증착 (Deposition), 세정(Clean) 영역까지 외연을 넓히며 전후 공정을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주력 모델인 ‘Sense.i’ 플랫폼은 장비 내부에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는 ‘장비 지능화’를 결합했다. 공정 허용 오차가 나노미터 단위로 좁아지는 HBM 생산 라인에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반복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램리서치의 전략이다.
실적으로 증명된 AI 메모리 수혜… 리스크 관리는 과제
램리서치의 2025년 12월 분기 매출은 53억 4,500만 달러(약 7조 원)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한국의 메모리 거인들이 HBM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램리서치의 실적 또한 ‘공정 난도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램리서치는 실적 발표 때마다 미국의 수출 통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주요 변수로 언급하고 있다. 고도화되는 규제 환경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하고, 고객사의 투자 타이밍에 맞춰 장비와 부품 서비스를 적기에 공급하는 능력이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식각은 재료 공학이다”… 멈추지 않는 진화
HBM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TSV의 종횡비(높이 대비 너비 비율)는 더욱 높아지고, 다뤄야 할 재료 조합은 복잡 해진다. 램리서치는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표면 손상과 전기적 특성까지 관리하는 ‘재료 공학적 접근’으로 이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이 AI 서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는 한, 램리서치의 식각 기술은 ‘대체 불가능한 필수 공정’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페라리
-슈퍼카 수요 기반, ‘루체’로 전기차 문법을 세우다-
• 법인명: Ferrari N.V.
• 설립/기원: 1939년 전신 설립(엔초 페라리의 Auto Avio Costruzioni) → 1947년 ‘Ferrari’ 명의 로드카 (125 S)로 본격 출범
• 본사/거점: 법적 본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주요 운영· 생산 거점 이탈리아 마라넬로
• 대표 경영진: Benedetto Vigna(CEO), John Elkann(Executive Chairman)
• 사업 분야: 럭셔리 스포츠카·슈퍼카 개발/제조/판매, 맞춤형 프로그램, 레이싱, 브랜드 라이선싱
• 상장: 뉴욕증권거래소 NYSE: RACE / 유럽(밀라노) 시장 상장
마라넬로의 붉은 말은 속도보다 ‘희소성’을 판다. 이탈리 아의 자존심 페라리가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EV) ‘루체 (Luce)’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이정 표를 제시했다(2월 25일 공개 예정). 대량생산 대신 엄격한 물량 통제와 개인 맞춤형 전략을 고수해온 페라리는 이제 전기차에서도 ‘초대받은 소수’만을 위한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물량 대신 마진’… 숫자로 증명한 럭셔리 전략
페라리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매출 71억 4,600 만 유로, 영업이익 21억 1,00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하량은 1만 3천여 대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됐 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강화됐다. 비결은 ‘희소성의 제도화’에 있다. 고객을 단순 구매자가 아닌 ‘초대에 응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옵션 선택의 층을 겹겹이 쌓는 방식이다.
특히 “세상에 같은 페라리는 없다”는 원칙 아래 진행되는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한 옵션 판매를 넘어 수익 구조 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뉴욕 증시상장 이후 에도 페라리가 분기 실적에 매몰되지 않고 긴 호흡의 브랜드 경영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동화의 새 이름 ‘루체’, 소리와 감각을 재설계하다
가장 큰 도전은 역시 전기차 전환이다. 페라리는 전동화를 단순한 파워트레인 교체가 아닌 ‘브랜드 언어의 번역’ 으로 정의한다. 2026년 2월 그 베일을 벗기 시작한 첫전기차 ‘루체(Luce)’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페라리는 전기차 특유의 무음 대신, 구동계의 진동을 증폭·가공해 ‘페라리다운 사운드’를 만드는 기술적 접근을 택했다. 내연기관의 배기음이 사라진 자리에 소리를 ‘설 계된 상품’으로 채워 넣겠다는 선언이다. 또한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과의 협업을 통해 외관보다 실내의 ‘촉감’과 ‘룩앤필’을 먼저 공개하는 파격적인 서사 구조를 택하며 고객의 기대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e-빌딩’ 가동… 핵심 부품 내재화로 정체성 수호
기술적 자립도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 6월 마라넬로에 완공된 ‘e-빌딩(e-building)’은 페라리의 미래 전초 기지다. 이곳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유연성을 갖췄으며, 배터리 조립과 전기 모터 등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목표로 한다.
이는 전동화 시대에 핵심 부품을 외주에 의존할 경우 브랜드 고유의 역동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페라리는 전기차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의 20% 수준으로 관리하며, 급격한 변화 대신 내연기 관과 하이브리드가 공존하는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계획이다.
미래 가치 사다리… 2030년 매출 90억 유로 목표
페라리는 2030년 매출 목표를 90억 유로로 제시하며 가치의 사다리를 더 높이 올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이엔드 시장의 수요는 경기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 아래, 전동화로 평준화될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오히려 ‘더 비싸고 더 희귀한 경험’을 팔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