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 중계권 참사…콘텐트리·메가박스 연쇄 법정관리
JTBC 디폴트 이틀 만에 핵심 계열사 5곳 회생 신청…중앙그룹 연쇄 붕괴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이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종합편성채널 JTBC가 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 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핵심 계열사 5곳이 무더기로 법원의 보호를 요청하면서 중앙그룹 전체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무리한 스포츠 중계권 독점 계약과 극장가 침체, 차입금 돌려막기 실패가 빚어낸 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206억 못 막은 JTBC 디폴트, 그룹 전체로 번진 유동성 위기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이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과 함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번 사태는 종합편성채널 JTBC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2일, 총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 1 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만기가 도래한 단기 채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빚을 내는 차환에 완전히 실패하면서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JTBC의 채무불이행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유동성 부족을 넘어 지주사인 중앙홀딩스, 콘텐 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5개 핵심 계열사의 연쇄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메가박스중앙은 콘텐트리중앙 연결 자산총액 2조 4909억 원의 35.76%인 8907억 원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로, 사실상 중앙그룹의 미디어 및 콘텐츠 부문 전체가 일거에 마비 상태에 빠진 셈이다. 방송 광고 시장의 구조적 침체 속에서 누적된 영업손실이 계열사 전반의 신용 경색을 불러왔고, 결국 빚더미 위에서 간신히 버티던 그룹의 자금줄이 완전히 끊어지게 되었다.
1900억 쏟아부은 월드컵 중계권 독점…부메랑이 된 투자
시장과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중앙그룹 연쇄 부도 사태의 가장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북중미 월드컵 독점 중계권 확보를 꼽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자회사인 피닉스 스포츠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등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무려 1억 2500만 달러, 한화 약 19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무리하게 쏟아부었다.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독단적으로 추진된 이 단독 계약은 단기적인 화제성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그룹의 재무 구조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전통적인 방송 산업 전반의 광고 수익이 급감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의 시청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철저히 외면한 투자였기 때문이다. 월드컵 특수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기대어 지난 12일 콘텐트리중앙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기도 했으나, 정작 눈앞에 다가온 막대한 중계권료 지급과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핵심 콘텐츠 역량 제고보다는 무리한 외형 확장에만 매달린 오판이 그룹의 숨통을 조였다는 비판이다.

얽히고설킨 내부 자금망…지배구조 정점 지주사까지 덮치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쟁점은 단순한 계열사의 현금 고갈을 넘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중앙홀딩스마저 기업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취약성이다. 그동안 중앙그룹은 계열사 간의 잦은 대여금 지급과 채무 보증, 담보 제공 등 복잡하게 얽힌 내부 자금 순환망을 통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을 아슬아슬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JTBC 부도 이후 시장내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이나 기존 차입의 만기 연장이 전면 차단되자, 계열사를 억지로 떠받치던 꼬리표기식 지원 구조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 하며 도미노 붕괴를 초래했다. 중앙홀딩스는 중앙일보와 JTBC, 중앙피앤아이를 거쳐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 스중앙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차단되지 못하고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지배구조의 결함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핵심 사업회사의 현금 흐름이 막히자 자금 보충 약정을 맺고 있던 지주사와 지분 보유 법인 까지 연쇄적으로 상환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고, 법원 보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극장가 회복 지연과 꼬여버린 사옥 매각… 단기 유동성 ‘돈맥경화’ 촉발
무리한 투자와 함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어야할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 그리고 급격히 꼬여버린 자산 매각 일정은 유동성 위기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 악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정상 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극장가 상권은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 변화와 글로벌 OTT 플랫폼의 득세로 인해 여전히 깊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메가박 스중앙은 장기화된 영업 손실로 자체 현금 창출력 기반의 차입금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이는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유동성 부담으로 직결되며 그룹 전체의 자금 경색을 앞당겼다. 중앙그룹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JTBC 빌딩과 중앙일보 빌딩, 경기 고양시 일산 스튜디오 등 총 5500억 원 규모의 사옥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실사와 세부 조건 협의에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면서 매각 대금 유입 시점이 8월 말로 미뤄졌다. 6월 중순에 돌아온 유동화 채권을 방어할 현금이 말라붙 으며 부동산 유동화 카드조차 무용지물이 됐다.
신용등급 강등 쇼크 속 구성원 피해 가중
초유의 연쇄 법정관리 신청 사태를 맞은 중앙그룹에 대해 자본시장과 신용평가기관은 냉혹한 평가를 내리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렸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JTBC의 디폴트 선언 직후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 등급으로 강등시키며 자금줄을 차단했다. NICE신용평가는 JTBC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최하위 수준인 CCC로, 단기 등급은 A3에서 C로 강등시켰고, 중앙일보의 신용등급 역시 투기 등급인 BB-로 떨어지며 그룹 전체의 시장 신뢰도가 붕괴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위기의 여파가 경영진이 아닌 일반 구성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은 실책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 파견된 취재진의 법인카드가 정지되고 사내 복지포인트가 소멸하는 등임직원들의 기본적인 일상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사측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알리거나 사과하지 않아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콘텐츠 제국의 초라한 몰락…구조조정과 그룹 해체 위기
메가박스와 콘텐트리중앙을 비롯한 핵심 계열사의 동시 다발적인 법정관리행은 맹목적인 외형 성장에만 치중했던 국내 콘텐츠 및 미디어 산업 전반에 묵직한 경고장을 던졌다. 과거의 낡은 성공 방정식이었던 막대한 자본 투입과 출혈을 감수한 독점 중계권 확보가 환경 변화를 맞닥뜨리면 오히려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앙그룹이 법원의 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를 일시적으로 동결받는다 하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는 유휴 자산 매각과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짜로 꼽히던 주요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마저 이미 SLL중앙 등으로 넘어간 상태라, 과거와 같은 거대 미디어 제국으로서의 위상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인 중앙일보 내부에서조차 매각 논의가 조심스럽게 거론될 만큼 그룹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실정이다. 향후 법원 주도의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가 전 인수합병등 제3자 매각을 통해 사실상의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