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학파들의 치열한 논쟁의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거시경제학의 주요 이론 모형들은 단일한 이론 체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현상과 정책 효과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차이가 충돌하고 발전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거시경제학에서의 학파(School of Thought)란 특정 경제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철학, 가정, 방법론을 공유하는 일련의 집단을 의미합니다. 미시경제학을 예로 들면, 개별 주체의 합리적 최적화(효용극대화/이윤극대화)라는 단일한 분석 틀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에서는 국가 경제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핵심 전제들의 불일치가 발생하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다양한 학파가 존재합니다.
거시경제학 학파의 차이는 주로 다음 세 가지 핵심 전제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1. 시장의 자율성
시장은 자율적인 조정 능력이 있어 정부 개입 없이도 최적 상태로 회복되는가? 아니면 시장은 본질적인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는가?
2. 가격의 유연성
가격과 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즉시 반응하는가? (신축성 가정) 아니면 단기적으로는 경직적인가?
3. 경제 주체의 기대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대응하는가? (적응적 기대 vs. 합리적 기대)
거시경제학의 모든 이론적 모형(IS-LM, AD-AS, 필립스곡선 등)은 이러한 학파 간의 논쟁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습니다. 즉, 이 배경을 이해해야만 모형의 목적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특정 모형이 가격 경직성을 가정한다면, 그것은 시장 실패와 정부 정책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케인즈적 관점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학파의 대립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가(큰 정부 vs. 작은 정부)’라는 정책적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학파의 역사를 이해해야만, 현대의 복잡한 정책 논쟁([예] 긴축 재정 vs. 확장 재정)의 근본적인 배경과 논리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시경제학의 발전사를 시간순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배울 모든 이론적 모형의 등장 배경과 목적을 관통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